데드크로스(Dead Cross).
인구학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을 때 쓰는 말이다. 이 살벌한 표현이 신년벽두부터 우리나라 언론을 뒤덮었다. 2020년 27만 2000여 명이 태어나는 동안 30만 7700여 명이 사망해, 한국전쟁 이후 데드크로스가 처음으로 나타났다는 발표였다. 그 뒤에 어떤 생각이 따라오는가?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언젠가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겠구나 하는 종말론부터, 당장 경제가 큰일이라는 비관론에, 어차피 인구가 너무 많았으니 조금 줄어드는 게 차라리 낫지 않느냐는 쿨한 낙관론까지, 대한민국 인구를 둘러싼 각종 전망이 넘쳐났다.
자, 이쯤에서 차분히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인구가 줄어도 대한민국이 사라지는 건 700년쯤 후에나 일어날 일이라 하니 일단 종말론은 제쳐두기로 하자. 인구가 줄어서 위기라는 말이 맞는가? 위기라면, 어떻게 얼마나 심각한 위기인가? 그리고 위기의 미래를 살아야 하는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
인구는 정부가 걱정할 일이라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미래를 설계할 때 당연하다는 듯 인구변화를 고려한다. 이처럼 우리가 인구를 고려하게 된 데에는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의 역할이 크다. 2016년 그가 쓴 《정해진 미래》는 미래 설계에 반드시 필요한 ‘인구학적 관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인구학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해진 미래》 이후 5년, 이번에 그가 들고 온 화두는 좀 더 묵직하다. 출생아 4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급감한 5년 사이, 우리나라 인구문제는 다양한 해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가 점점 줄어 사회 전체가 근심하고, 일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적어져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그 와중에 청년의 취업을 가로막는 인구압박은 오히려 심해졌다. 연금이 위태로우니 중장년층의 노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구문제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인구학자의 본질적이고도 간곡한 제안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