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파괴를 부르는가?” 이 오래된 질문은 참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등장하고 난 뒤 우리는 혁신 기업들이 등장할 때마다 디지털 디스럽션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우버와 에어비앤비 그리고 달러셰이브클럽 등은 바로 그 파괴적 혁신의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시장 파괴 현상이 기술 혁신의 문제일까? 예컨대, 에어비앤비의 기술이 특출나기 때문에, 혹은 질레트의 아성을 무너뜨린 달러셰이브클럽의 기술이 대단하기 때문일까? 만약 기술 때문이라면 미국의 국민의류라 불렸던 제이크루는 어떤가? 제이크루는 나름대로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고, 혁신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모두 아는 바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우리는 파괴적 혁신이 기술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결론은 간단하다. 디지털 디스럽션의 주범은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파괴자는 소비자, 즉 고객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고객의 변화하는 욕구라는 것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시장을 보면 그때부터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전략적 프레임워크는 기업 중심적이다.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자기 회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게 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시장 파괴의 원인은 기업의 경쟁력, 예컨대, 기술에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술 혁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즉, 고객의 변화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로 촉발되는 것이다.